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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두산 계곡 물에 아버지 발을 씻겨 드리며
지난 여름 아버지와 단둘이
백두산을 걸어서 등반한 일이 있었다.
중국에 떨어져 사는 아들 가족이 연길에 있는 동안
꼭 백두산 천지를 보아야겠다고 벼르고 벼르신 끝에 마침내
오랜 꿈을 이루셨던 것이다. 계곡이 나타나고 천지에서 흘러내리는
작은 폭포들과 시냇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했다.
아버지는 그 계곡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세수를 하시더니
마침내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셨다. 얼음장 같은 계곡 물에
아버지와 나란히 발을 담그고 있던 나는 문득 아버지의 발을
씻겨 드리고 싶어졌다.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사양하던 아버지도
내 마음을 아셨는지 가만히 맡겨 두고 계셨다. 어쩌면 내 생애
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씻겨 드리는 것이 될지도···.
고개 숙인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.
- 정진호의 《치유의 꿈, 루카스 이야기》중에서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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