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붉은 성자
붉은 성자
붉은 수채화처럼
이쁜 애기 단풍
날씨가 시 새움 하는지
재 빛 하늘에 뿌연 안개가
온통 마을 길을 가린다
마음이 내려 앉고
기분이 축축해진다
뽀죡 지붕 위에 서 있는
붉은 십자가
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
가로수 옆 호박 등이
공연이 미운 생각이 들어
몇 번에 발길질을 하다가
돌아서는 어스름한 늦은 오후
밉다 밉다
붉은 형 장의 길이 밉고
단풍의 아름다움을 가리는
안개가
너무 미운 늦은 오후
서러움이 님의 죽음 앞에
고요히 침묵하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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