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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울한 날 약먹기
작성일 : 2023.05.24 18:20 조회 : 436



우울한 날 약 먹기


홍순삼 미크로코스모스


하늘은 맑은데 내 마음에는 눈물이

비가 내린다.


이 슬픔은 어디서 온 것일까,

난 토굴에 갇혀 있듯 무수한 정신적인 테러와

성적 희롱을 당한다,


슬픔은 볼을 타고 흘러 발끝을 적시고

먹먹한 가슴을 때려 노란 태양의 밝음을

분노로 검게 멍들이네


누가 있어

나를 토닥이고 달래어

이 시퍼렇게 멍들다

유리잔처럼 산산이 부서져 깨지는

고통의 마음 덩어리를

치유해줄까,


낮게 주저앉는 시선이 자꾸만 자꾸만

엄지발가락에 떨어지네


눈물보다 더 서러운 내 삶 덩이

어디서 시작된 서러운 삶이던가,

저 높은 태양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사는

그 무엇이 나를 이토록 섧게 울리는가,


그는 무엇이고 나는 낮은 사람이던가

크고 작음이 없는 세상

밤이나 낮이나 부르다 부르다


산허리에 걸린 저 뜨거운 태양보다

더 뜨겁게 어둠에 묻힌다,


익숙하게 당연하다는 듯이

오늘도 노랗고 하얀 약들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

이가 시린 물을 마신다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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